증기 발생량이란 어떻게 판단해야 할까요? 예를 들어, 전기 보일러라면 모두 똑같을까요? 똑같다고요? 과연 그럴까요? 우리 산업계는 연구실의 이론이 아니라 현장의 실제 효율이란 눈으로 봐야 하는데 일률적인 이론 적용으로 끝낸다면, 그게 전부라면, 뭔가 좀 석연치 않은 부분이 있지 않을까요? 한번 증기 발생량의 이론에 대해 얘기해 보지요.
예를 들어, 상온의 15℃인 1L의 물을 끓이는데 열량은 얼마나 필요한가, 하여 계산할 수가 있으니 그렇게 해보지요. 물을 끓여 증기를 만드는 데에는 현열과 잠열이 필요합니다. (이것에 대해서는 또 구체적인 설명이 필요하겠지만 여기서는 생략) 어떻든 현열과 잠열을 계산해보면 약 644kcal입니다. 그렇다면 전기히터는 시간당 860Kcal/kw의 열량을 발생하니, 나누면 약 1.33kg/kw.h의 증기가 발생하게 됩니다. 그러면 히터가 10k짜리 보일러라면 한 시간에 13.3kg의 증기가 발생함을 알 수 있겠지요? 이것이 이론치입니다.
실제는 어떨까요? 그대로 나올까요? 덜 나올까요? 아니면 더 나올까요? 당연히 이론치 이상은 어렵겠지요? 실제로 덜 나오는 게 정답일 것 같습니다. 하지만 잘 생각해보면, 히터가 내는 열량은 우선 그대로 놓더라도 상기 예는 물이 15℃일 때를 가정했습니다. 그렇다면, 만일 95℃의 물을 끓이기 시작한다면? 당연히 같은 시간에 증기량이 더 많이 나오겠지요? 계산하면 약 1.52kg이 됩니다. 10K 보일러라면 15.2kg의 증기가 나오게 되니, 이때는 이론치보다 더 나온다고 해야 할까요? 그래도 아니라 할까요? 여기에 맹점이 있습니다. 우리는 일반론과 현실을 혼동하고 있습니다.
일반론은 히터가 내는 열량은 다 똑같다. 그러므로, 보일러 용량이 정해지면 증기 발생량은 다 똑같다고 인식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실제는 어떻게 생각해야 할까요? 첫째로, 위 계산에서 보았듯이 공급수 온도의 차이로 인하여 발생량이 차이가 난다.
둘째로, 히터는 항상 그대로가 아닙니다. 시간이 지나는 만큼 히터 표면에 들러붙는 스케일 등으로 효율이 점점 떨어져 발생량의 차이가 난다고 생각해야 합니다.
그런데 여기에 또 하나, 우리가 간과해선 안 되는 중요한 것이 있습니다. 뭐냐고요? 바로 증기의 원활한 불규칙 공급입니다. 이것에 대해서는 좀 더 설명이 필요할 것 같습니다.
증기 사용처에 증기를 원활하게 그것도 불규칙한 수요에도 문제없이 증기를 공급하기 위해서는 용량이 큰 것으로 하면 그만이겠지만, 현실적으로 그런 어리석은 일은 없겠지요? 그러면 적은 용량이면서도 원활한 증기 공급 대응 능력을 갖고 있는 것은 없을까? 대답은 “있습니다”입니다. 증기 공급 메커니즘은 아시다시피, 보일러에서 온도를 160℃까지 올려 증기를 만들어 놓으면 바로 사용처로 나가게 되고 또 계속해서 만들어 놓고 보내고 하는데, 만일 이것이 똑같은 패턴으로, 일정한 시간 간격으로 계속된다면 큰 문제가 없겠지만, 이것이 불규칙적으로 필요량이 증감된다면 대응에 문제가 생기게 되겠지요? (이것이 바로 현실이지만) 말하자면, 증기를 만드는데 걸리는 시간과의 갭이 생기게 된다는 것이지요. 그럼 어떻게 됩니까? 미처 160℃까지 되지 못한 증기가 나가게 되고, 이는 좋지 않은 질의 증기 (물과 함께 나가는, 전문용어로는 캐리오버라 하지요)가 공급되게 되는 것이지요. 이것은 쓸 수 없는 습한 증기를 포함하게 되므로 같은 양이 나온다 하더라도 증기의 일부 양은 손실로 됩니다.
따라서 이 문제의 해결은 빠른 시간 안에 160℃의 증기를 만들어 내야 한다는 것입니다. 그러려면 낮은 온도의 물(공급수)을 보일러에 들이면 안 된다는 것은 자명한 이치이지요. 가능한 높은 온도의 물이 들어오게 되면 보일러 내부의 온도를 떨어뜨리지 않고, 빠른 시간 내에 계속해서 양질의 증기를 만들 수 있게 되어 증기의 원활한 공급이 이루어지게 된다는 것입니다. 이것은 바로 증기 발생량의 변화를 의미하는 것입니다. 그래서 증기 발생량에 대해서는 앞에서 얘기한 첫째와 둘째에 이어, 셋째로, 증기의 원활한 불규칙 공급이 증기 발생량의 차이를 낸다라는 것을 추가해서 생각해야 하는 이유입니다.
그런데.., 어떤 분은 “다 좋은데, 실제로 일반 회수 보일러도 고온 펌프를 사용하여 김이 무럭무럭 나는 고온의 물을 펌프로 보일러에 공급하고 있지 않느냐”고 하며, “그거, 끓는 물이 예요!” “지금까지도 잘 쓰고 있어요”라고 하는 분이 있습니다. 고온이라고요? 끓는 물이라고요? 과연 그럴까요? 지난번 호에서도 잠깐 언급은 하였지만 보다 자세히 설명을 하자면 이렇습니다. 펌프의 날개는 펌프 벽과 거의 밀착되어 (간격이 0.2mm 정도) 물을 밀어 주게 되는데, 그 펌프 내벽 안에서 압력이 순간적으로 낮아져 진공 상태까지도 됩니다. 문제는 이 때문에 더운물 즉, 60℃ ~ 70℃ 이상이 펌프 내로 들어오게 되면 필연적으로 재발 증기라는 것이 생겨납니다 (재발 증기란 압력이 낮아짐으로 인하여 낮은 온도에서도 증기가 재발생하는 증기를 말합니다. 이것은 압력이 낮은 산에 올라가면 물이 빨리 끓는 이치와 같은 것입니다).
이 재발 증기가 결국 날개(임펠라)를 마모시키고 펌프의 압력 저하로 이어져 펌핑을 제대로 못하게 됩니다. 그럼 펌프 모터는 계속 헛돌게 되며, 모터는 과열되고 결국은 여러 가지 고장이 발생되게 됩니다. 그런데 진짜 문제는, 우리가 착각하는 것은, 김이 무럭무럭 나니 끓는 물이고 당연히 100℃에 가까운 높은 온도로 생각하고 있다는 말입니다. 그게 과연 끓는 물입니까? 아닙니다. 그 온도는 기껏해야 40℃ ~ 70℃ 밖에 안 됩니다. (포화 증기표를 보시면 아시겠지만, 진공에서는 물의 온도가 40℃ 정도라도 끓습니다). 결국, 이 김은 나지만 온도는 낮은 물이 보일러에 들어가면 히터가 열심히 전기를 잡아먹으며 가열하여 160℃까지 끌어올려야 하는 것입니다. 이걸 누가 제대로 알고 있을까요? 여러분은 이제 제대로 아셔야 합니다.
우리는 여러 메이커에서 나오는 보일러는 모두 똑같다. 말하자면, 보일러가 뭐 다 거기가 거기지라는 일반론을 가지고 있기도 하고, 또는 모든 기계가 조금씩 다르고 효율도 다르다는 것도 느낌으로 알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실제로 무엇이 다르고 무엇이 좋은 것인지를 좀 더 확실하게 알 필요가 있는 것입니다. 얘기가 어려울 것 같지만 조금만 더 생각해보면 어려울 것도 없습니다. 보일러는 세탁인 모두가 다 매일 경험하고 접하고 하면서 그 작동을 익히 알고 있기 때문에 조금만 더 구체적으로 생각을 깊이 하면 누구나 알 수 있게 됩니다. 아니 그렇게 해야 합니다. 자, 그럼 처음 얘기의 화두로 돌아가서 증기 발생량은 진정 어떻게 생각해야 할까요? 이제 판단은 여러분의 것이지만. 이렇게 말하면 어떨까요? 증기 발생량이 많다 적다 하고 단순하게 언급하는 것보다 실제 “더 많은 사용 기기를 쓸 수 있는 보일러가 있을 수 있다”고 말하면 어떨까요? 문제의 핵심은 보일러 공급수의 온도에 있습니다. 세계적인 보일러 메이커인 스파이렉스 싸코 (Spirax Sarco) 같은 데서도 공급수의 온도를 높이기 위해 무던한 애를 쓰고 있지만 그게 잘 안 됩니다. 왜냐고요? 그들은 대형 보일러를 고집하니 그렇습니다. 그들은 소형 보일러는 안중에 없습니다. 건방진 얘기 같지만 소형 보일러는 저희 같은 작은 업체의 일입니다. 그래서 그들이 할 수 없는 부분을 스스로 발견하고 해결해 나가야 하는 노하우를 나름 가져야 한다는 것이지요. 소형 전기 보일러(100K 이하)의 이상형에 대해서는, 지난번 호에서 언급했던 바와 같은 회수수(증류수)로 인한 스케일의 사전 예방이나, 피크타임 전기료 부과에 대비한 보일러 등의 한두 가지의 것이 아니라 그 외에도 이와 같은 여러 가지 요인들을 참조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그렇습니다. 기계(보일러)는 처음만 중요한 게 아니고 실제 사용할 때 어떻게 되는지를 깊이 있게 알아, 좋은 보일러를 선택하시는 기준을 만드실 수 있기를 바랍니다.